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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은 동물이 아니라 우리의 책임일지도 모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카미앤베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회 작성일 26-09-18 15:35

본문

[첨부된 영상은 제가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 ‘생물도감’ 님 유튜브 영상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다 보면 조금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개나 고양이의 유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고민해 온 문제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북이, 도마뱀, 악어와 같은 이른바 특수동물이 도심이나 하천에서 발견됐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뉴스들이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서는 몸길이가 약 1m에 이르는 대형 도마뱀이 발견됐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물왕도마뱀으로 추정된 이 동물은 다행히 유기된 것이 아니라 인근 주민이 키우던 반려동물이 집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도서관과 초등학교가 가까운 주거지역에서 대형 파충류가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커졌고, 결국 관계 당국까지 수색에 나섰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경기 여주시 소양천에서 몸길이 약 50cm의 샴악어가 발견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포획했고, 조사 결과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에 해당하는 샴악어로 확인됐습니다. 당시에는 애완용으로 반입된 뒤 유기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돼 소유 경위를 확인하는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저는 단순히 “저런 위험한 동물을 왜 키웠을까?” 라는 생각만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동물은 어쩌다 저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결국 사람의 책임이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 동물은 자신이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특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악어거북과 같은 동물의 경우입니다.

악어거북은 우리나라에서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환경당국은 악어거북이 애완용으로 수입·사육되다가 하천이나 생태공원 등에 방생 또는 유기되어 서식하는 사례가 확인됐고, 수명이 길고 생존능력이 뛰어나 우리 토착종인 남생이나 자라 등과 서식지 경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토착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계교란종 관리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악어거북은 자신이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미국에서는 자연의 일부이지만 한국의 하천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동물이라는 사실도 모릅니다.

누군가 자신을 구입했다는 것도,

어느 날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졌다는 것도,

그래서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동물은 그저 먹이를 찾고, 숨을 곳을 찾고, 위험하면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으려고 할 뿐입니다.

모든 생명에게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본능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결국 그 생명이 대가를 치릅니다

생태계교란 생물이 자연에서 발견되면 단순히 "불쌍하니까 다시 놓아주자"고 할 수 없습니다.

현행법에서도 생태계교란 생물을 생태계에 방출하거나 방생·유기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동물 한 마리를 살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하천에 놓아주는 행동이 오히려 수많은 토착생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포획된 생태계교란 생물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적법한 관리와 처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참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우리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만든 것은 과연 그 동물일까요?

처음부터 우리나라 하천에서 태어나 다른 생물들을 공격하며 살아가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데려왔고,

사람이 키웠고,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이 감당하지 못해 자연에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그 생명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선택으로 시작된 일이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던 동물의 희생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저는 반려인들이 바로 이 부분을 조금은 뼈아프게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이름 뒤에도 하나의 생명이 있습니다

물론 생태계교란종을 무조건 보호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래생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토종 물고기와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수많은 작은 생물들의 생명 역시 똑같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태계교란종을 제거해야 하는 현실과 그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대상은 동물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반복되도록 만드는 사람의 무책임일지도 모릅니다.

악어거북은 악어거북으로 태어났을 뿐입니다.

도마뱀은 도마뱀으로 태어났을 뿐이고, 뱀은 뱀으로 태어났을 뿐입니다.

사람에게 귀엽게 보이느냐, 무섭게 보이느냐와 관계없이 모두 살아가려는 하나의 생명입니다.

 

처음 데려왔던 날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반려인에게는 처음 함께했던 날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조그마한 강아지를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

고양이가 처음 집에 와서 소파 밑으로 숨어버렸던 날.

작은 도마뱀 한 마리를 위해 사육장을 꾸미고 온도와 먹이를 검색하던 시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예쁩니다.

사진도 찍고 이름도 지어주고 필요한 물건도 하나씩 마련합니다.

하지만 생명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작았던 동물은 커집니다.

먹는 양도 늘어나고, 냄새가 날 수도 있고, 집안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병에 걸리면 생각하지 못했던 치료비가 필요합니다.

특수동물은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부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10년, 20년 또는 그보다 오래 사는 동물도 있습니다.

처음의 신기함과 설렘이 사라진 뒤에도 돌봄은 계속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가 진짜 반려생활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뻐서 키우고 싶다"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

새로운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런 것들을 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동물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

다 자라면 얼마나 커지는가.

어떤 먹이와 사육환경이 필요한가.

매달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가.

아플 때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는가.

법적으로 사육할 수 있는 동물인가.

이사를 가거나 해외로 나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처럼 귀엽고 신기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와도 나는 이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면 조금 더 고민하고 나서 데려와도 늦지 않습니다.

사지 않는 것, 입양하지 않는 것 역시 때로는 생명을 존중하는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정말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었다면

물론 사람의 인생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도 생깁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고,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으며 가족의 상황이 크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정말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보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산이나 공원, 하천에 놓아주는 것이 해결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거북이나 물고기, 도마뱀을 자연에 풀어주면서

"좁은 사육장보다 자연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데려온 외래동물에게 한국의 하천과 산은 그 동물의 고향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해 죽을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잘 적응해 살아남으면 토착생물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직접 키울 수 없다면 적법하게 새로운 보호자를 찾거나 관계기관 또는 해당 동물을 다룰 수 있는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반드시 내가 마지막까지 직접 키운다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면 그 생명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음 방법을 끝까지 찾아주는 것.

저는 그것 역시 보호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반려문화에서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대형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서운 존재일 수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익숙한 짖는 소리가 이웃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산책 중 남겨진 배설물이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목줄 역시 다른 사람에게 불편과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특수동물이라면 책임은 더욱 커집니다.

탈출했을 때 사람에게 위험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반려인은 자신의 동물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반려동물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같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반려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최근의 여러 뉴스를 보면서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반려동물을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강아지를 선택할 수도 있고,

고양이를 선택할 수도 있고,

거북이나 도마뱀과 함께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선택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에게는 자신을 데려갈 보호자를 선택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좋은 보호자를 만날지,

충동적으로 자신을 구입한 사람을 만날지,

평생 함께할 사람을 만날지,

몇 년 뒤 자신을 감당하지 못할 사람을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순간만큼은 사람이 조금 더 무겁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 선택하는 것은 물건 하나가 아니라 한 생명의 남은 삶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은 생명입니다

악어거북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는 분명 관리해야 하는 생태계교란 생물입니다.

우리의 자연환경과 토착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하천에서 악어거북 한 마리가 또 발견되어 포획됐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면 저는 그 동물만 바라보며 "위험한 동물을 잡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번쯤 그 이전의 시간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누가 이 동물을 데려왔을까.

처음에는 얼마나 신기하고 예뻐했을까.

그런데 왜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결국 누가 그 선택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그 질문 끝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단순한 안타까움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어야 합니다.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예뻐해 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먹이고,

돌보고,

아프면 치료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관리하고,

우리의 자연환경에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반려인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우리가 그 약속을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수많은 생명에게도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카미앤베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kaminbe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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